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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환의 지리산별곡 제22호 가난을 찾아 떠나는 길 지리산 남다로
조문환 기자    2017-11-29 19:31 죄회수  1138 추천수 3 덧글수 1 English Translation Simplified Chinese Translation Japanese Translation French Translation Russian Translation 인쇄  저장  주소복사


지리산 남다로(南茶路), 가난을 찾아 떠나는 길

(하동군 가탄~원부춘)

가난함은 부요함의 근원이다.

마음의 가난함, 영혼의 가난함은 부요함의 뿌리다.

이는 볼 수 있는 눈을, 행동하는 양심을 가져다주고

숨겨져 있는 보물을 찾아낼 수 있는 예지력을 선물한다.

가난은 고독함을 통하여 삶을 관통하게 하고

나와 같은 또 다른 고독한 이를 손잡게 하는 연민을 가져다준다.

아무리 가난하여도 심령이 가난하여야 참 가난한 자가 되고

재물의 부자도 심령이 가난 할 때 그가 가진 재물을 넘어 또 다른 부를 가지게 된다.


재물의 부자는 심령의 부자를 넘을 수 없으나

심령의 부자는 재물의 부자를 넘어 하늘을 소유할 수 있다.

가난한 자 만이 산을 소유 할 수 있다.

부자는 산으로 만족할 수 없고 그에게는 산이 만족을 주지 않는다.

가난한 자에게는 늦가을의 흩날리는 낙엽도 온기로 변하고

초겨울에 내리는 빗물도 축복의 잔에 채워진다.

그럼으로 가난한 자는 다른 가슴과 다른 눈을 가졌다.

모두를 사랑할 수 있는 가슴과 눈이다.

한 번 다녀온 산길은 한 주간 내내 내 눈에 밟힌다.

땅만큼 키가 작아 땅땅해 보이는 구절초,

용케도 사람의 손을 피해 살아남은 취나물,

가을이 되니 그 꽃이 얼마나 하얀지 눈부실 정도였다.

그 힘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것이다.

산은 혼자 길 가는 것을 가르쳐 주기도 하지만

둘이 함께 걸어가는 방법을 배우는 동행의 교실이다.

혼자 걸음으로 가난함을, 둘이 걸음으로 부유함을 맛볼 수 있다.

부춘은 ‘다란이 동네’다.

먼당 높은 곳에 있는 마을을 다란이 동네라고 했었다.

‘달려 있다’, ‘매달려 있다’는 사투리 정도 아닐까?

부춘마을도 산에 매달려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높은 지대에 자리하고 있다.

형제봉 정상에서 바라보면 발 밑 저 만치 부춘마을이 있지만

섬진강가에서 바라보면 마을은 하늘에 매달려 있는 느낌이다.

이 마을은 옛날에는 부자 동네였다.

산업화로 사람들이 떠나 빈촌으로 변했다가 요즘에 다시 부촌으로 바뀌고 있다.

음지가 양지되고 양지가 음지 되는 것이 요즘 현실이다.

마을 경로당을 지키시고 계시는 여만용 영감님은 세월이 15년을 넘었지만

나를 용케 알아보셨다.

세월에 장사 없다 하지만 그래도 여영감님은 연세에 비하여 정정하셨다.

마을 이장을 하실 때에 면서기였던 나를 예쁘게 봐주시고 협조를 얼마나 잘 해 주셨는지 모른다.

그 가파른 오르막과 내리막길을 늘 걸어서 다니셨는데

그 덕분에 아직 건강을 유지하시고 계신 듯하다.

부춘 마을부터는 말 그대로 “깔끄막”이다.

형제봉 활공장으로 올라가는 길과 겹쳐 있어서 그런지

활공 장비를 싣고 올라가는 트럭들이 뿜어 대는 매연도 한 몫을 했다.

직선으로 뻗은 시멘트 도로가 그나마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칠부능선 즈음에서는 활공장으로 가는 길과 내가 가야 할 길은 갈라진다.

저 멀리 토끼봉과 형제봉이 연하여 서 있는 지리산 주능선이 손짓한다.

토끼봉 아래 범왕마을이 보이고 신흥과 용강마을이 손으로 잡을 듯하다.

화개골은 복 받은 동네다.

사시사철 먹을 것과 볼 것이 끊어지지 않는다.

욕심 부리지 않고 몸을 조금이나마 놀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굶어 죽을 염려는 없는 곳이다.

화개녹차는 신이 내린 차라고 할 만큼 영험이 있다.

옛날 하동에는 다도니 예법이니 하는 것이 없었다.

배가 아파도, 머리가 아파도 솥에 찻잎을 넣고 끓여 한 대접 마시고 나면

언제 아팠었는지 다 나아 버렸다.

오래전의 일이지만 쌍계사에서 한잔 얻어 마신 녹차는

하루 종일 내 코를 통하여 향기를 뿜어내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걷고 있는 숲속에서 향기가 뿜어져 오는 느낌이었다.

두 시간 넘은 오르막길 끝에 한 시간 가량의 급경사 내리막길이 숲으로 나 있다.

그 끝에 중촌마을이 있고 신촌, 정금, 대비 그리고 백혜, 가탄마을이 연하여 있다.

신촌에서 정금으로 가는 먼당에 서니 별천지의 세상이 펼쳐졌다.

광활하게 펼쳐진 다원이 경사에 파도처럼 밀려왔다 밀려가기를 반복한다.

그 끝머리 즈음에는 화개천이 굽이친다.

멍하니 저 멀리 강 건너 광양 땅 백운산을 조망한다. 바로 코앞이다.

그 반대편은 지리산의 주능선이고 형제봉이 귀를 쫑긋거리고 있다.

천하제일 다원이 내 손으로 잡을 수 있고 내 발 아래 있다.

名山과 名江 名茶의 어우러짐이 천하제일의 절경을 이루어 내었다.


이보다 더 나음이, 이보다 가난함이, 이보다 부유함이 어디에 있을까?

저 미로가 조선남다로(朝鮮南茶路)다.

이 땅에 차가 가장 먼저 탄생한 곳,

조선 제일의 차가 만들어져 임금에게 바쳤던 곳,

저 미로를 따라 북으로 북으로 차향이 줄지어 갔을 것이다.

가난한 손길로 만들어 졌을 조선의 차,

다 닳아진 손마디로 차를 따고 가마솥의 열기와 씨름하여

한 줌의 차가 탄생된 것이다.

“저기를 보라, 그 가난함이 줄지어 한양으로 떠난다!”

녹차는 가난하게 하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열은 내리며 차가운 가슴은 데워 주는 기질을 가지고 있다.

찻잎을 따는 소리,

차를 덖으면서 그 땀이 가마솥에서 타는 소리,

한 방울의 찻물이 잔에 부딪치는 소리는 한없이 사람을 가난하게 만들어 버린다.

작은 파문을 일으키는 찻잔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평생 가난한 심령이 되게 해 달라고 염원해 본다.

가난한 부자가 되게 해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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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꼽아   2018-01-31 16:46 수정삭제답글  신고
지리산 남다로 꼭 한번 가보고 싶네요 이곳 사시는 분들 부자 농부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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